일상을 컬러풀하게 물들이는 법

2020. 6. 22. 13:27Review

콜라주 아티스트, 비주얼 디렉터 등 작가 권은진 @saki_svn을 지칭하는 단어들은 낯설지만, 그녀의 작품들은 결코 어렵지 않습니다. 알록달록한 크레용을 집어 들고 망설임 없이 쓰윽 드로잉 하기도 하고 모아뒀던 영수증과 메모들로 콜라주로 조합해 평범한 일상을 특별한 날로 기록하기도 합니다. 화사한 5월을 닮은 비주얼을 탄생시키는, 작가 권은진의 컬러풀한 이야기들을 지금 만나보세요.

 

 

 

콜라주 아티스트이자 비주얼 디렉터라는 직업이 낯설게 느껴지는 분들이 다수일 것 같아요. 직업에 대한 설명과 함께 자기소개를 부탁드립니다.

saki라는 이름으로 작업하고 있는 권은진이라고 합니다. 주로 드로잉이나 콜라주 방식으로 이루어지는 개인 작업과 더불어 상업적인 비주얼을 만드는 일들도 함께 하고 있습니다.

 

오랫동안 패션 브랜드 MD로 일하다가, saki라는 예명으로 아티스트의 길을 걷기 시작하셨다고 들었어요. 직업을 바꾸는 일이 쉽지 않았을 텐데 특별한 계기가 있었나요?

전공이 패션디자인이었고 졸업을 한 후, 자연스럽게 패션 회사를 다니며 꽤 오랫동안 일했어요. 회사 생활도 재밌었지만, 언젠가는 어딘가에 속하지 않고 혼자서 무언가를 만들겠다는 어린 시절부터의 다짐을 늘 품고 있었어요. 결심이 선 때가 왔을 때, 회사를 그만두고 작은 규모의 굿즈 레이블을 계획하면서 작품 활동을 시작하게 되었죠. MD로써 상업적인 면을 고려하며 일했던 경험들이 지금 제가 만들어내는 여러 가지 비주얼 작품을 아름다우면서도 균형 있게 만들어낼 수 있는 밑거름이 되었어요.

 

보기만 해도 기분 좋아지는 컬러 조합과 특유의 러프한 드로잉 때문인지, 작가님의 작품들은 화사한 5월과 닮았다고 생각해요. 아티스트 saki를 대표하는 작품이 있다면 소개해 주세요!

4월 말부터 전시를 하고 있어요. 이번 전시 포스터로 활용된 두 개의 작업을 소개해드리고 싶어요. 작은 사이즈의 드로잉과 콜라주를 원화로 제작한 포스터인데, 화사한 컬러감과 무드가 제 특징이 온전히 담겼다고 생각해서 마음에 들었죠.

 

지난해에 진행했던 전시는 '일상의 기록'이란 주제로 전시한 점이 매우 인상 깊었어요. 작품뿐만 아니라, 작가의 개인적인 취향이 담긴 물건들이 함께 전시되어 더욱 특별했다고 생각해요. 그만큼 아티스트 saki에겐 일상이 중요한 것 같은데 작가님만의 일상 습관이나 라이프스타일에 대한 신념이 있는지 궁금해요.

특별할 건 없지만, 저는 아침에만 느낄 수 있는 신선한 기운을 유난히 좋아해요. 그래서 언제나 일찍 일어나서 직접 요리한 아침 식사로 여유 있게 시작하는 것이 제 하루 일상 중 중요한 일과입니다. 그리고 산책도 제 일상에 중요한 부분이에요. 소소한 시간이지만, 동네나 공원을 산책하면서 생각을 정리할 수도 있고 주변을 기웃거리며 사소한 것들을 관찰하는 일이 제게 큰 영감을 주거든요. 사진으로 늘 남겨두고 그게 작업으로 이어지는 경우도 많아요.

 

초창기에 선보이는 주로 여행지에서 받은 영감을 패브릭 천에 기념품 형식으로 남겼던 시리즈였죠. 작가님의 콜라주 작품들엔 하나하나의 추억이 깃들어 있어서인지 실제의 이야기들이 궁금해요. 가장 좋았던 여행지의 순간이라든지요.

몇 년 전 회사를 그만두고서, 바로 바르셀로나로 여행을 갔어요. 오랜만에 느긋하게 떠난 여행이라 마음이 굉장히 편했고 도시 자체의 분위기도 다들 행복하고 여유로워 보여 좋았어요. 에어비앤비 숙소에서 묵었는데 오전에 해변을 다녀오고 오후에 침대에서 뒹굴뒹굴하며 간식을 먹으면서 그 순간을 사진으로 남겨두었고 그걸 드로잉한 작업이 있어요. 특별한 일을 한 것이 없이 보낸 바르셀로나에서의 시간들이 저한테 더없이 소중한 힐링이었고, 요즘엔 더욱 그리워지는 추억이 되었죠.

 

컬러풀한 작품처럼, 패션 스타일 역시 확고하실 것 같아요. 평소 선호하는 패션 취향이나 자신만의 스타일링 룰이 있다면 무엇인가요?

패션 전공이었기 때문에, 쇼핑을 열심히 하고 좋아하는 레이블의 고가 아이템들도 과감하게 지르는 스타일이었어요. 하지만, 요즘엔 패션에 대한 강박을 갖지 않게 되었죠. 자연스럽게 제 생활이나 역할에 잘 어울릴 수 있는 옷이나 손이 저절로 가는 액세서리를 고르게 돼요. 유명한 브랜드의 제품도 좋아하지만, 디자이너 브랜드부터 빈티지 샵까지 레이블에 관계없이 마음에 드는 옷이라면 어디서든 쇼핑하는 편이에요. 또, 아울렛이나 온라인 스토어의 세일 기간도 눈여겨보다가 놓치지 않고 득템하는 편이에요. 여행지에서 쇼핑하는 것도 좋아해요.

 

패션 브랜드부터 매거진까지 유독 패션계의 러브콜을 많이 받고 있어요. 패션 이외에도 도전하고 싶은 분야가 있는지 궁금합니다. 또, 아티스트로써 앞으로의 계획과 꿈은 무엇인가요?

새로운 분야의 콜라보레이션은 늘 설레요. 레스토랑 같은 상업적인 공간을 디렉팅 할 수 있는 기회가 있다면 정말 재밌게 도전해볼 수 있을 것 같아요. 또, 올해 봄 아동복 브랜드와 협업한 적이 있는데 아이들을 위한 작업을 더 해보고 싶어요. 동화책을 만들고 싶다는 생각을 늘 하고 있습니다. 비주얼을 만들어내는 아티스트로써, 앞으로도 표현하고 싶은 것을 형식에 제한을 두지 않고 도전해볼 계획이에요. 지금은 주로 손으로 직접 그리는 것과 디지털 작업을 병행하고 있지만, 영상 작업 같은 새로운 미디어나 설치 혹은 공간 미술에도 언젠간 도전해보고 싶어요.

 

 

Saki's Work Piece

 

 

일상을 컬러풀하게 물들이는 법

내 손안의 부티크 S.I.VILLAGE

www.sivillag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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